아이가 태어난 뒤로 육아서를 20권 넘게 읽었습니다. 『삐뽀 삐뽀 119 소아과』 같은 실용서부터 두뇌 발달, 훈육, 교육철학을 다룬 책까지 종류도 다양했습니다.
저는 만 4세와 2세, 두 딸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그렇게 읽다 보니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좋은 육아서일수록 아이보다 부모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아이를 어떻게 가르칠지 알고 싶어서 책을 펼쳤는데, 오래 남은 책들은 하나같이 ‘부모가 먼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를 물었습니다.
아이는 부모가 하는 말보다 부모가 사는 모습을 보고 자랍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제가 읽은 육아서 가운데 다섯 권을 골라, 세 단계로 나눠 소개하려고 합니다.
- 부모 자신을 돌아보는 책
- 부부 사이를 단단하게 하는 책
- 그러고 나서 비로소 아이를 바라보는 법을 알려 주는 책
순서가 조금 의외일 수 있지만, 20권을 읽고 내린 제 결론은 이 순서가 맞다는 것입니다.

1단계. 부모 자신 — 『부모의 내면이 아이의 세상이 된다』
대니얼 J. 시겔·메리 하첼 지음, 페이지2북스
부모라면 아이에게 유독 크게 화가 나는 날이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아이가 한 행동보다 그날 내 기분이 더 큰 이유일 때가 많습니다. 이 책은 그런 순간을 정확하게 짚습니다. 부모가 자기 안에 풀리지 않은 문제를 모르면, 그 문제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으로 그대로 흘러나온다는 것입니다.
마음이 경험을 만들고, 경험이 마음을 만든다. — 『부모의 내면이 아이의 세상이 된다』 전자책 116쪽
이 책에서 배운 것은 두 가지입니다.
- 내 감정의 출처를 먼저 본다. 아이에게 반응하기 전에 ‘지금 내가 화난 건 아이 때문인가, 내 하루 때문인가’를 스스로 물어봅니다. 어릴 때 나는 어떻게 컸는지, 부모님의 어떤 모습을 닮고 있는지도 돌아보게 됩니다.
- 받아주되 한계는 분명하게 정한다. 이 책은 아이에게 무엇이든 허용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안전하지 않거나 사회적으로 맞지 않는 행동에는 가정 안에서 분명한 선을 그어 주어야, 아이가 스스로 절제하는 감각을 배운다고 말합니다.
저도 제가 졸려서 아이에게 화를 내며 어서 자라고 재촉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기보다 내 감정에 휘둘려 아이를 다그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육아서를 처음 읽는다면 이 책부터 권합니다. 아이를 바꾸는 방법이 아니라, 아이 앞에 서 있는 나를 먼저 보게 해 주는 책입니다.
2단계. 부부 — 아이에게 가장 큰 환경은 부모의 관계다
육아서에 부부 관계 책이 들어간 것이 의아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읽은 육아서 대부분이 같은 말을 했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표정과 말투를 아주 어릴 때부터 읽고, 부부 사이가 좋지 않으면 아무리 아이에게만 잘해도 그것을 알아차린다는 것입니다. 저희 부부가 ‘우선순위는 부부가 먼저’라고 정해 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당신, 힘들었겠다』 — 박성덕 지음
부부 상담 전문가인 저자는 부부 싸움의 패턴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한 사람은 감정을 말하고, 다른 한 사람은 사실로 방어합니다. 그러니 대화가 평행선을 달립니다.
아내는 ‘그랬구나’라는 한마디 말이면 족한데, 남편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라고 말한다. — 『당신, 힘들었겠다』 199쪽
결혼 후 제가 가장 많이 한 말이 “내가 뭘 잘못했어?”였습니다. 이 책을 읽고 알았습니다. 상대가 원한 것은 누가 맞는지 판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책 제목 그대로 “당신, 힘들었겠다” 한마디였다는 것을요.
실제로 이 말을 먼저 건네 보니 말다툼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남편분들께 꼭 권하고 싶습니다.
『5가지 사랑의 언어』 — 게리 채프먼 지음
이 책은 사람마다 사랑을 느끼는 방식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십 다섯 가지입니다. 내가 받고 싶은 방식으로 사랑을 주면, 상대는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생기면 부부가 둘만 보내는 시간도, 서로를 위한 여유도 줄어듭니다. 그래서 더욱 상대의 ‘사랑의 언어’를 알고 있어야 적은 힘으로도 마음을 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부부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어떤 아이는 칭찬에, 어떤 아이는 안아 주는 것에 더 크게 반응합니다.
제 사랑의 언어는 스킨십이고, 아내는 인정하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따뜻한 말을 건네는 데 서툰 편이라, 요즘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3단계. 아이 — 이끌지 말고, 스스로 길을 찾게 둔다
부모 자신과 부부 사이를 돌아본 뒤에야 비로소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단계의 두 권은 모두 ‘덜 가르치고 더 믿어 주라’고 말합니다.
『놓아주는 엄마 주도하는 아이』 — 윌리엄 스틱스러스·네드 존슨 지음
제가 읽은 육아서 가운데 하나만 고르라면 이 책입니다. 아내와 제가 막연하게 생각하던 육아관을 가장 정확하게 말로 정리해 준 책이었습니다.
어른의 역할은 아이들에게 선로를 깔아주며 이대로 오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선로를 찾는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다. — 『놓아주는 엄마 주도하는 아이』 전자책 35쪽
이 책에서 저희 집의 원칙이 된 것은 세 가지입니다.
- 집은 쉬는 곳이어야 한다.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에서까지 받으면 아이는 쉬는 곳을 다른 데서 찾습니다.
- 아이는 부모의 불안도, 차분함도 따라 한다. 내가 조급하면 아이도 조급해집니다.
- 충분한 잠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 스마트폰과 영상으로 채운 하루에는 쉬는 시간이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 — 지나영 지음
이 책은 사교육비 걱정을 내려놓게 해 준 책입니다. 저자는 아이를 ‘평균’이라는 잣대로 재지 말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다 다른데 평균이 어디 있는가. —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 전자책 391쪽
‘이 세상에 정상인은 없다. 사람은 서로 다를 뿐이다.’ 제가 오래 믿어 온 생각과 같은 말이었습니다. 암기는 이미 AI가 사람보다 잘하는 시대입니다. 아이가 반에서 몇 등인지보다, 무엇을 할 때 눈이 반짝이는지를 보는 편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이 책은 ‘당연한 것에 감사하라’고 말합니다. 아이가 건강한 것, 온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는 것처럼요. 비관적이던 제가 결혼과 육아를 거치며 가장 크게 바뀐 부분도 이것이었습니다.
최근 만 4세인 첫째에게 자전거를 가르쳤습니다.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스스로 해낼 때까지 기다리며 함께 연습을 반복했습니다. 이제는 혼자서도 곧잘 탑니다.
한눈에 보는 추천 5권
| 단계 | 책 | 저자 | 한 줄 요약 | 이런 분께 |
|---|---|---|---|---|
| 부모 자신 | 『부모의 내면이 아이의 세상이 된다』 | 대니얼 J. 시겔, 메리 하첼 | 내 감정의 출처를 알아야 아이에게 휘둘리지 않는다 | 아이에게 화를 내고 후회한 적이 있는 분 |
| 부부 | 『당신, 힘들었겠다』 | 박성덕 | 부부 대화는 옳고 그름이 아니라 공감으로 풀린다 | 육아 때문에 싸움이 늘어난 부부 |
| 부부 | 『5가지 사랑의 언어』 | 게리 채프먼 | 상대가 사랑을 느끼는 방식으로 표현해야 전해진다 | 노력하는데도 마음이 엇갈리는 분 |
| 아이 | 『놓아주는 엄마 주도하는 아이』 | 윌리엄 스틱스러스, 네드 존슨 | 선로를 깔아 주지 말고 스스로 찾게 하라 | 육아서를 딱 한 권만 읽을 분 |
| 아이 |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 | 지나영 | 평균에 맞추지 말고 아이의 다름을 보라 | 사교육이 고민되는 분 |
상황별로 다음에 읽을 책
이 다섯 권을 읽고 더 깊이 들어가고 싶다면 아래 책들도 도움이 됐습니다.
- 아이의 두뇌·정서 발달이 궁금하다면: 『아이의 사생활』 1·2권
- 부부의 대화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궁금하다면: 『아이의 두뇌는 부부의 대화 속에서 자란다』
- 사교육보다 놀이와 반응에 집중하고 싶다면: 『가르치지 말고 반응하라』
- 식사·수면 같은 생활 습관 훈육이 고민이라면: 『프랑스 아이처럼』
- 처음 부모가 되어 당장 찾아볼 책이 필요하다면: 『삐뽀 삐뽀 119 소아과』
좋은 부모보다 성장하는 부모
육아서를 20권 넘게 읽었다고 해서 제가 좋은 부모가 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달라진 것이 하나 있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아이를 먼저 탓하기 전에, 나와 우리 부부를 먼저 돌아보게 됐다는 것입니다.
책에서 읽은 내용도 모든 아이에게 그대로 맞지는 않습니다.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고, 실전은 이론과 다릅니다. 그래서 육아서는 정답지가 아니라, 내 육아를 돌아보게 해 주는 거울로 읽는 편이 좋습니다.
어떤 책부터 시작할지 막막하다면, 『놓아주는 엄마 주도하는 아이』 한 권을 권합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 배우자에게 “오늘 힘들었겠다” 한마디를 먼저 건네 보시길 바랍니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육아는 거기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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