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행복 책 3권이 알려 준 ‘나만의 행복 기준’|행복의 기원·행운에 속지 마라·이성적 낙관주의자

“돈만 많으면 행복할 텐데.”

한 번쯤 해 본 생각일 것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투자를 시작한 것도, 지금보다 여유가 생기면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한 가지 질문이 계속 남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행복을 좇으며 사는데, 정작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는 잘 모른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집, 차, 직장, 투자 종목을 따라가다 보면, 그것을 가졌을 때도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읽은 세 권의 책, 서은국의 『행복의 기원』, 나심 탈레브의 『행운에 속지 마라』, 매트 리들리의 『이성적 낙관주의자』를 함께 엮어 보려고 합니다. 세 책은 분야도 다르고 행복을 직접 다루지 않는 책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데 모아 놓고 보니 같은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니 행복은 ‘누가 잘사는가’가 아니라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가’의 문제다.

행복

1. 행복은 큰 한 방이 아니라 자주 느끼는 것 — 『행복의 기원』

심리학자 서은국은 행복을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행동을 하도록 만든 ‘도구’로 설명합니다. 그래서 행복한 감정은 오래 지속되지 않고, 금방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말이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이 관점으로 보면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의 허점이 보입니다. 큰돈이 들어오는 순간의 기쁨은 한 번이고, 우리는 금방 그 상태에 익숙해집니다. 반대로 매일 누리는 작은 즐거움은 매일 다시 찾아옵니다.

책에는 돈을 어디에 쓰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행복한 이들은 공연이나 여행 같은 ‘경험’을 사기 위한 지출이 많고, 불행한 이들은 옷이나 물건 같은 ‘물질’ 구매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 『행복의 기원』 전자책 184쪽

제 경우를 떠올려 봐도 맞는 말이었습니다. 대학생 때 친구와 떠난 첫 해외여행은 지금도 생생하지만, 큰마음 먹고 샀던 물건은 언제 샀는지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여기서도 ‘정답’을 만들면 안 됩니다. 누군가에게는 오래 모은 돈으로 산 시계가 가장 행복한 기억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경험이냐 물건이냐가 아니라, 내가 어떤 것에서 반복해서 기쁨을 느끼는지 알고 있느냐입니다.

2. 돈이 늘어도 행복하지 않은 이유 — 『행운에 속지 마라』

『행운에 속지 마라』는 행복에 관한 책이 아닙니다. 투자와 운, 그리고 우리가 운을 실력으로 착각하는 방식을 다룹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행복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단서를 얻었습니다. 바로 비교입니다.

탈레브는 부자 동네에 사는 사람이 오히려 자신을 가난하다고 느끼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사람은 절대적인 재산이 아니라 주변 사람과의 차이로 자신의 위치를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돈이 늘어 더 좋은 동네로 가면 비교 대상도 함께 올라갑니다. 돈은 늘었는데 행복은 그대로인 이유입니다.

또 하나는 생존편향입니다.

생존편향은 실적이 가장 좋은 사건이 가장 눈에 잘 띈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패배자는 모습을 감추기 때문이다. — 『행운에 속지 마라』 전자책 344쪽

탈레브는 이 말을 투자에 대해 했지만, 행복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SNS에는 신축 아파트, 해외여행, 투자 수익 인증만 올라옵니다. 그 뒤에 있는 대출, 피로, 손실은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일부분을 보고 ‘저렇게 살아야 행복하다’는 기준을 만듭니다. 남의 하이라이트를 내 기준으로 삼는 순간, 행복은 언제나 저 멀리 있게 됩니다.

저는 이걸 투자를 하며 몸으로 겪었습니다. 주변에서 누군가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조급해졌고, 그 조급함으로 한 매매는 대부분 손실로 끝났습니다. 그때 잊었던 것은 돈만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어떤 투자를 할 때 마음이 편한지에 대한 기준이었습니다.

예전에 코인 투자를 잠시 한 적이 있습니다. 남들이 다들 코인으로 돈을 번다고 하길래 저도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주변 사람이 어떤 종목을 추천했었고 그를 믿고 바보같이 구매했으나 당연한 결과로 약 30%의 손실을 보고 말았습니다. 그 뒤로는 다시는 코인에 손대지 않았고, 이제는 마음 편한 지수 투자만 하고 있습니다. 결국 내가 원래 하던 대로 투자해야지 괜한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3. 이미 가진 것을 보는 눈 — 『이성적 낙관주의자』

비교를 멈추라는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어렵습니다. 저에게 그 시선을 바꾼 책이 매트 리들리의 『이성적 낙관주의자』였습니다.

리들리는 인류가 교환과 분업을 통해 끝없이 더 나은 삶을 만들어 왔다고 말합니다. 커피 한 잔에도 다른 나라 농부, 기계를 만든 기술자, 컵을 만든 공장까지 수많은 사람의 일이 담겨 있습니다. 그 사람들을 다 모르지만 우리는 매일 그 결과를 누립니다.

당신은 의심스럽고 부정직한 사회에 살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는 막대한 신뢰의 수혜자다. — 『이성적 낙관주의자』 전자책 280쪽

이 책을 행복에 대입하면 이렇게 읽힙니다. 남과 비교하는 눈을 잠시 거두고 어제의 나, 예전의 세상과 비교하면,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뉴스와 SNS는 항상 더 잘난 사람과 더 나쁜 미래를 보여 주지만, 그것이 내 삶의 전부는 아닙니다.

물론 이 사실을 안다고 바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낙관은 배부른 상태가 아니라, 내가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정말 내 문제인지, 남과의 비교에서 온 것인지를 구분하는 눈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비교를 걷어 내고 나면, 비로소 마지막 질문이 남습니다. “그럼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4. 그래서 필요한 것은 자아 성찰이다

세 책을 이어 보면 결론은 하나로 모입니다. 행복은 자주 느끼는 것이고(『행복의 기원』), 남과 비교하는 순간 멀어지며(『행운에 속지 마라』), 비교를 걷어 내면 이미 가진 것이 보입니다(『이성적 낙관주의자』). 그런데 여기까지 와도 남는 문제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빈자리를 남의 기준이 채웁니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도, 사실은 ‘내가 무엇에 행복한지 모르니 일단 무엇이든 살 수 있는 돈을 원한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상태에서는 돈이 생겨도 그 돈으로 무엇을 해야 행복해질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행복의 출발점이 자아 성찰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아주 단순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입니다. “나는 진짜로 무엇을 할 때 기분이 좋은가?”

제 답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 출퇴근길에 책을 듣고, 기억에 남은 문장을 글로 정리할 때
  • 남들은 오래됐다고 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며 문제를 풀 때
  • 아이가 나중에 읽을 수도 있는 글을 남길 때

목록을 적고 나니 눈에 띄는 점이 있었습니다. 이 일들은 모두 큰돈이 들지 않고, 시간을 오래 쏟을 필요도 없으며,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는 것들이었습니다.

나만의 행복 목록 만드는 법

『행복의 기원』은 생각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행복을 느끼는 상황을 찾고, 만들고, 늘리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렇게 해 보았습니다.

  1. 최근 한 달 동안 기분이 좋았던 순간을 10개 적습니다.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됩니다.
  2. 각 항목 옆에 ‘남이 알아야 좋았나?’를 표시합니다. 남의 인정이 필요한 행복은 비교에 흔들리기 쉽습니다.
  3. 자주 할 수 있는 것을 골라 횟수를 늘립니다. 큰 한 번보다 작은 여러 번이 오래 갑니다.
  4. 그것을 방해하는 환경을 하나만 바꿉니다. 예를 들어 남의 수익 인증이 가득한 단톡방을 나오는 것처럼요.

이 순서로 읽기를 추천합니다

순서책이 책이 알려 주는 것이런 분께
1『행복의 기원』(서은국)행복은 강도보다 빈도, 물건보다 경험행복이 무엇인지부터 알고 싶은 분. 얇고 쉽게 읽힙니다
2『행운에 속지 마라』(나심 탈레브)비교와 생존편향이 기준을 왜곡하는 방식남의 성공담에 자주 조급해지는 분, 투자를 하는 분
3『이성적 낙관주의자』(매트 리들리)세상과 내 삶이 이미 얼마나 나아졌는지뉴스를 보면 불안해지는 분. 두꺼운 편입니다

『행복의 기원』으로 행복의 정체를 이해하고, 『행운에 속지 마라』로 비교의 함정을 알고, 『이성적 낙관주의자』로 시야를 넓히는 순서입니다. 세 권을 다 읽기 어렵다면 『행복의 기원』 한 권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남이 좋아하는 것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행복을 다룬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어느 책도 ‘이렇게 살면 행복하다’는 정답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왜 정답이 없는지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과 척도, 가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남이 행복해 보이는 길을 따라갈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묻고, 그 답을 따라갈 때 비로소 내 인생이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저녁,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나를 기분 좋게 했던 일을 하나 적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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