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패를 경험했을 때 우리는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잃기도 한다. 나 역시 모든 대학에 떨어지고 재수를 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내 자신이 부끄럽고 수치스러웠으며,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과거의 나에게 무력감을 느꼈다. 하지만 재수를 거쳐 노력한 끝에 지방대이긴 하지만 장학금을 받고 입학할 수 있었다. 그 경험은 내가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결과와 감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인간의 심리와 회복탄력성에 늘 관심이 있었던 나는 그 개념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어 게일 가젤의 『하버드 회복탄력성 수업』을 읽었다.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낙관주의와 비관주의의 차이,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였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행동을 바꾼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 중 하나는 낙관주의와 비관주의가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고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비관적인 관점에서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느끼기 쉽다. 선택지가 보이지 않고, 지금의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처럼 생각한다. 극단적으로는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는 믿음마저 잃는 학습된 무기력에 빠질 수 있다.
반면 낙관적인 관점에서는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른 해결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지금의 실패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단정하지 않고, 앞으로 달라질 가능성을 열어 둔다. 같은 문제를 마주하더라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후의 행동이 달라지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에 공감했다. 사람은 눈앞에 놓인 현실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 현실을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실패를 자신의 무능력에 대한 증거로 받아들이면 다시 시도하기 어려워진다. 반대로 실패를 개선해야 할 부분을 알려주는 경험으로 받아들인다면 다음 행동을 고민할 수 있다.
물론 낙관적으로 생각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 결과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가능성까지 스스로 닫아 버릴 필요는 없다. 나에게 낙관주의란 무조건 잘될 것이라고 믿는 태도라기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른 가능성을 찾아보려는 태도에 가깝다.
모든 대학에 떨어졌던 경험이 바뀌기까지
내 인생에서 이러한 차이를 가장 크게 느꼈던 순간은 대학 입시에 실패했을 때였다.
모든 대학에 떨어졌다는 사실은 당시의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공부를 충분히 하지 않았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고,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실패한 경험이었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그 결과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었다.
하지만 재수를 선택하고 다시 공부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전의 결과를 바꿀 수는 없었지만,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할지는 선택할 수 있었다. 노력한 끝에 지방대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할 수 있었고, 처음의 좌절은 다른 결과로 이어졌다.
그때의 경험을 돌아보면,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이후에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중요했다.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실패한 자신을 계속 부끄러워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나는 재수를 하면서 그 차이를 경험했다.
이 경험 때문에 책에서 이야기하는 낙관적인 태도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당시의 내가 계속 과거의 실패에만 머물렀다면 이후의 결과도 달라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반대로 다시 노력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다른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려운 상황일수록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바라보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문제를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개인의 노력으로 바꾸기 어려운 환경과 조건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새로운 가능성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낙관주의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낙관주의와 현실 도피를 구분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잘될 것이라고 믿거나 좋지 않은 결과를 애써 무시하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낙관주의와 다르다. 현실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으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도 알기 어렵다.
재수 경험에서도 중요한 것은 대학 입시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결과를 받아들이고, 부족했던 부분을 돌아본 뒤 다시 공부하는 것이었다. 현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다음 행동을 결정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긍정적인 사고는 단순히 기분을 좋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황을 더 나아지게 할 방법이 있는지 살펴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을 찾아가는 태도에 가깝다.
다만 긍정적인 사고가 언제나 정답은 아니다. 때로는 충분히 슬퍼하고 실패를 받아들이는 시간도 필요하다. 어려운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까지 부정적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좌절을 경험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좌절을 겪은 뒤에도 다시 나아갈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아닐까.
익숙한 자기계발서라는 아쉬움
책의 메시지에는 공감했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회복탄력성과 긍정적인 태도의 중요성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대부분의 자기계발서에서 접했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도 받았다. 나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하거나 기존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는 책은 아니었다.
물론 책마다 역할은 다를 수 있다. 복잡한 철학적 사유보다는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과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정리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나처럼 인간의 심리가 왜 그렇게 작동하는지, 내가 가진 생각의 원인은 무엇인지 더 깊이 탐구하고 싶은 독자라면 다소 아쉽게 느낄 수도 있다.
나에게 자신을 조금 더 깊이 바라보게 하는 책을 추천하라고 한다면 『원인과 결과의 법칙』 같은 철학서를 떠올릴 것 같다. 물론 모든 독자가 같은 책에서 같은 깨달음을 얻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경험과 고민에 따라 책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패를 바라보는 태도부터 바꿔 보기
『하버드 회복탄력성 수업』은 나에게 낙관주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 책이다. 사람은 자신이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비관적인 생각에 갇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단정하기보다는, 현재의 문제를 인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찾는 편이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자존감이 떨어져 있거나 평소 부정적인 생각을 자주 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과 반응을 돌아보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실패를 경험할 때마다 항상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거의 대학 입시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실패한 결과가 내 인생의 모든 가능성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결과에만 매달리기보다, 지금 바꿀 수 있는 부분을 찾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에게 회복탄력성이란 넘어지지 않는 능력이라기보다, 넘어진 뒤에 현실을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설 방법을 찾는 힘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