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을 일했는데, 나는 왜 아직도 내 전문성을 의심할까

올해 초,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

40분 동안 면접을 봤다. 대부분의 질문에 나름대로 잘 대답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해온 일을 설명했고, 경험을 바탕으로 답변했다. 그래서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탈락이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단순히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13년 동안 일해왔는데도 면접 결과 하나에 내 경력을 다시 의심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면접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고, 다시 지원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피로도도 쌓였다.

그날 면접에서 받은 질문 중 하나는 이직하려는 이유였다.

나는 지금까지 여러 방면의 업무를 경험해왔고, 이번 지원을 통해 그 경험을 하나의 전문화된 분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대답에는 내 경력에 대한 자신감과 불안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다양한 일을 해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앞으로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은지, 지금까지의 경험이 그 전문성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나 자신도 더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IT 인프라 업무를 13년간 해왔다. 그중 7년은 한 회사에서 전반적인 업무를 혼자 담당했다. 그런데도 이직 시장에서는 내 경력을 충분히 자신 있게 설명하기 어려웠다.

왜 그럴까.

13년의경력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성과인 일

나는 임직원 약 600명과 건물 5동의 IT 인프라를 관리한다. 신규 건물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해외 벤더와 협업해 인프라를 구축한다. 가상 서버를 운영하고 방화벽, NAC, 백신, 무선 네트워크까지 IT 환경 전반을 맡는다.

IT 인프라 업무에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 문제가 없으면 잘하고 있는 것이지만, 그 성과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네트워크가 정상적으로 연결되고 서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면 사람들은 각자의 업무를 한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모두가 그 원인을 찾고 해결을 요구한다.

나는 IT 인프라가 숨 쉬는 공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평소에는 소중함을 잊고 살지만, 사라지면 생활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런 업무에서는 성과를 설명하는 일도 어렵다.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내가 어떤 일을 했는지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위험을 예방했고, 무엇을 개선했으며,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IT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능력과 그 성과를 다른 사람에게 증명하는 능력은 별개다.

나는 여러 업무를 처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써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을 해결했고 어떤 역량을 발휘했는지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않았다면, 실제로 쌓은 경험보다 경력을 설명하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

내가 해온 일을 다른 사람이 알아서 알아봐 주기를 기대하기보다, 맡은 책임과 그 안에서 만들어낸 가치를 내 언어로 설명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실제로 해온 IT 인프라 구축과 운영 경험

돌이켜보면 내 경력에는 구체적인 결과가 있다.

해외 벤더사와 협력해 서버 3대와 스토리지 1대로 구성된 VMware 환경을 구축했다. 네트워크 대역을 VLAN으로 분리하고, 사내 보안정책에 맞게 적용했다. 단순히 장비를 연결하는 데서 끝나는 작업이 아니었다.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가 맞물려 작동하도록 구성하면서 보안 요구사항까지 고려해야 했다.

최근에는 Zabbix 모니터링 시스템을 4버전에서 7버전으로 변경하는 작업도 혼자 완료했다.

기존 버전과 새 버전 사이의 차이가 커서 설정을 그대로 호환해 사용할 수 없었다. 결국 설정을 새 환경에 맞게 다시 구성하고,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를 재연결했다.

전환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모니터링 시스템은 바뀌었지만, 일상적인 운영에서는 이전과 비슷하게 작동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작업이 의미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시스템을 운영하다 보면 기능을 추가하는 것뿐 아니라, 사용 중인 버전의 지원 상태와 보안 업데이트를 확인하고 필요한 시점에 환경을 전환하는 일도 중요하다.

이번 작업은 단순히 버전 번호를 올리는 일이 아니었다. 기존 환경을 파악하고, 호환되지 않는 설정을 다시 구성하고, 관리 대상 장비를 새로운 모니터링 환경에 연결하는 과정이었다.

지금은 AI의 도움을 받아 Docker 컨테이너 구축도 진행하고 있다. 아직 완료한 작업은 아니지만,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실제 환경에 적용하려는 시도 역시 지금의 내 업무 경험 중 하나다.

이렇게 하나씩 적어보니 내가 해온 일은 단순한 업무 목록과 조금 다르게 보인다.

나는 인프라를 구축했고, 보안정책에 맞춰 구성했으며, 기존 시스템을 새로운 환경으로 전환했다. 운영 중인 시스템을 관리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술에도 도전하고 있다.

물론 이런 경험만으로 모든 분야의 전문성이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각 작업에서 내가 담당한 범위와 문제 해결 수준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무것도 쌓지 못했다는 생각은 사실과 다르다. 실제로 구축했고, 운영했고, 기존 환경을 전환했으며,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는 작업을 끝까지 마무리한 경험이 있다.

넓은 IT 인프라 경력은 어떻게 전문성이 되는가

내 경력에는 네트워크, 서버, 보안 솔루션, 신규 인프라 구축, 해외 벤더와의 협업 등 다양한 업무가 들어 있다. 한 가지 업무만 반복하기보다 IT 인프라 전반을 맡으며 경험의 폭을 넓혀왔다.

이런 경력은 장점이 될 수 있다. 여러 시스템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고, 한 영역의 문제가 다른 영역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용 과정에서는 업무 범위가 넓다는 설명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어떤 문제를 맡기면 특히 잘 해결할 수 있는가. 어떤 분야에서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강점을 갖고 있는가. 지금까지의 경험은 앞으로 지원한 직무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단순히 담당했던 업무를 나열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VMware 구축 경험에서는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보안정책을 적용했다. Zabbix 전환 경험에서는 기존 설정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환경을 구성하고 장비들을 다시 연결했다. 각각 다른 업무였지만, 여러 구성 요소가 연결된 환경을 이해하고 실제 운영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과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것이 내 전문성의 전부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반복해서 나타나는 역량을 찾을 수 있는 실마리는 된다.

내 경력의 문제는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그 경험을 어떤 전문성으로 연결할 것인지 아직 충분히 정리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물론 경력을 정리한다고 실제 역량의 부족까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례를 살펴본 결과 특정 분야의 깊이가 부족하다면 그 부분은 따로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무엇이 부족한지 확인하기 전에 무조건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올바른 접근은 아니다. 지금까지 쌓은 경험에서 강점과 부족한 점을 먼저 구분하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나는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을 해왔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이제는 그 일들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

더 나은 조건을 원한다는 마음

현재 직장에는 장점이 있다. 워라밸이 좋다는 점은 분명하다. 가족과 개인적인 삶을 생각하면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하지만 연봉은 아쉽다. 체계가 충분히 잡혀 있지 않은 환경에서 여러 업무를 혼자 맡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맡은 역할과 책임에 비해 보상이 충분한지 고민하게 된다.

나는 가족에게 더 안정적인 삶을 주고 싶다. 그래서 더 나은 연봉을 원하고,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제대로 인정받고 싶다.

동시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지키고 싶다. 연봉이 높아지는 대신 생활의 균형을 잃는다면 그것 역시 내가 원하는 결과는 아니다.

이직은 단순히 지금보다 좋은 회사를 찾는 일이 아니다. 보상, 업무 환경, 성장 가능성, 가족과의 시간 사이에서 나에게 중요한 기준을 정하는 일이다.

문제는 이 조건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선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면접에서 탈락하면 내가 부족해서인지, 회사가 원하는 사람과 내가 맞지 않았던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결과만으로는 부족한 역량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도 있다.

40분 동안 면접을 봤다는 사실도, 탈락했다는 사실도 내 경력 전체를 평가하는 성적표는 아니다. 그렇다고 결과를 무시할 수도 없다. 내가 전달한 경험과 상대가 기대한 역량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돌아볼 필요는 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경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지원하는 직무에 맞게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정리해 보니, 내가 해온 일이 보였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하나씩 적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일을 해왔다. 서로 다른 IT 인프라 환경을 구축하고 운영하면서, 기존 환경의 문제를 파악하고 필요한 구성과 설정을 조정해 실제로 작동하는 상태로 만드는 일을 해왔다.

이 경험들이 곧바로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는 증명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어떤 환경에서 일해왔고, 어떤 문제를 다뤄왔는지 보여주는 구체적인 근거다.

돌이켜보면 내 경험에는 공통점이 있다. 여러 구성 요소가 연결된 환경을 이해하고, 각 요소가 함께 작동하도록 구성하며, 운영에 필요한 문제를 해결해 왔다는 것이다. 이 공통점이 앞으로 내가 발전시킬 전문성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이직 면접을 준비할 때는 단순히 담당했던 업무를 나열하기보다, 각 경험에서 무엇을 고려했고 어떤 작업을 수행했으며 무엇을 배웠는지 정리해보고 싶다. 실제로 해본 일과 아직 배우는 중인 일을 구분하면서, 내가 잘하는 부분과 더 발전시켜야 할 부분도 조금씩 선명하게 만들고 싶다.

언젠가 아이가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아버지가 모든 답을 알고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일하고도 자신의 경력을 의심했고, 더 나은 삶을 원하면서도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했으며, 지금까지 해온 일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방향을 찾으려 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다.

13년의 경력을 새로 쌓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시간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내가 무엇을 해왔는지 발견하는 일은 지금부터도 할 수 있다.

나는 여전히 내 전문성을 더 명확하게 설명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적어도 이제는 막연하게 부족하다고 생각하기보다, 내가 해온 일에서 그 답을 찾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