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동안 주식을 사고팔며 수익을 내려 했던 저와, 아이를 위해 매수한 SPY를 4년간 보유했던 저. 두 경험을 비교해 보니 아이의 SPY에서 얻은 성과가 제가 스윙·단타 매매로 벌어들인 수익보다 높았습니다. 시장을 분석하고 매매를 반복하는 것보다 가만히 보유하는 편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입니다.
이 경험은 투자 방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프레드 슈웨드 주니어의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는 워런 버핏이 2006년 주주서한에서 소개한 책으로, 월스트리트의 금융업계와 투자자의 심리를 유머러스하게 풍자합니다.
책의 제목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담겨 있습니다. 항구에서 은행가와 증권중개인들의 호화로운 요트를 본 방문객이 그들의 고객 요트는 어디에 있느냐고 묻습니다. 금융업계 사람들은 부유해 보이지만, 정작 그들에게 조언을 받는 고객들은 얼마나 성공했느냐는 질문입니다.
이 책을 읽고 과거의 투자 경험을 돌아보며 세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는 것, 빨리 부자가 되려는 마음에서 벗어나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투자 원칙을 세우는 것입니다.
1.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기
주식시장이 상승하면 더 오를 것 같아 사고 싶어집니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이 커질까 두려워 팔고 싶어집니다. 이성적으로는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일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투자에서는 정반대로 행동하기 쉽습니다.
책에서 기억에 남았던 문장도 이러한 심리를 짚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가가 ‘상승 중’이면 주식을 사고, 주가가 ‘하락 중’이면 주식을 팔고 싶어 한다.
전자책 100쪽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페이지와 번역 표현은 판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는 금융가와 시장을 예측하는 사람들, 고객, 투자신탁의 약속과 성과 등을 다루며 월스트리트의 현실을 풍자합니다. 전문가들이 내놓는 전망과 금융상품의 화려한 설명이 고객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러한 풍자는 투자자의 행동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주가가 오르면 다른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는 것처럼 보이고, 나만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에 뒤늦게 매수하고 싶어집니다. 반대로 시장이 하락하면 앞으로 더 큰 손실이 발생할 것 같아 서둘러 매도하고 싶어집니다. 자신의 투자 기준보다 시장의 분위기가 판단을 좌우하기 쉬운 것입니다.
저도 한때는 더 나은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해 매매를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사고파는지보다 제가 왜 이 자산을 매수하고 어떤 이유로 보유하려는지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들과 반대로 행동하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다수가 매수한다고 반드시 좋은 투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시장이 하락한다고 모든 자산이 나쁜 투자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판단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자신만의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2. 빨리 부자가 되려는 마음에서 벗어나기
주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제게 투자는 돈을 빠르게 불리는 수단에 가까웠습니다. 적은 돈으로 큰 수익을 얻고 싶었고, 매매를 잘하면 다른 사람보다 빠르게 부자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시장은 기대처럼 움직여 주지 않았습니다. 수익을 더 내고 싶다는 마음은 또 다른 매매로 이어졌고,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조급함도 생겼습니다. 투자 자체보다 당장의 수익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후 투자에 관한 책을 읽으며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투자하는 목적은 당장 큰돈을 버는 것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자산을 쌓고 노후를 준비하는 데 있다는 생각이 점차 분명해졌습니다.
투자의 목적을 바꾸자 시장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당장 수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보다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투자 방식을 찾는 데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눈앞의 기회를 놓칠까 걱정하기보다 장기적인 목표에 맞춰 자산을 쌓아 가는 일이 중요해졌습니다.
물론 장기 투자라고 해서 손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랜 기간 보유하더라도 시장은 하락할 수 있고, 투자 시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집니다. 그러나 제게 장기 투자는 투자로 얻고 싶은 결과를 다시 정의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3. 자신에게 맞는 투자 원칙 만들기
앞서 이야기한 경험은 장기 보유가 모든 상황에서 단기 매매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을 증명하지는 않습니다. 두 투자에 투입한 자금과 위험 수준, 거래 비용 등이 동일한 조건으로 비교된 것은 아니며, 당시 시장의 흐름도 결과에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경험은 제 투자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더 좋은 매수·매도 시점을 찾는 데 집중하기보다 미국 시장을 장기적으로 믿고 투자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현재는 QQQM, SPYM, SCHD 세 가지 ETF를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아이의 장기 자금도 같은 원칙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선택한 ETF는 각각 조금씩 다른 역할을 합니다.
- QQQM은 나스닥 100 지수를 추종합니다. 나스닥에 상장된 비금융 대형 기업에 투자하며, 성장성이 높은 기업과 대형 기술주의 움직임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 SPYM은 S&P 500 지수를 추종해 미국 대형주 전반에 투자합니다.
- SCHD는 배당의 지속성과 기업의 재무적 기초 등을 고려하는 미국 배당주 지수를 추종합니다.
세 가지로 투자 대상을 단순화했지만, 이것이 서로 완전히 독립적인 자산에 투자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QQQM과 SPYM은 주요 대형주, 특히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보유 종목이 상당 부분 겹칩니다. ETF의 개수를 줄였다고 해서 위험이 자동으로 충분히 분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아이를 위해 매수했던 SPY와 현재 투자하는 SPYM은 서로 다른 상품이지만, 모두 S&P 500 지수를 추종합니다. 운용사 공개 자료 기준으로 연간 총보수는 SPY가 0.0945%, SPYM이 0.02%입니다. SPY는 유동성이 높은 상품이고 SPYM은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가 장점입니다. 보수는 변경될 수 있으므로 투자 전 최신 자료를 확인해야 합니다.
해외 상장 ETF에 투자할 때는 주가 변동뿐 아니라 환율, 배당과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 거래 비용도 고려해야 합니다. 미국 시장을 장기적으로 신뢰한다는 생각이 모든 위험을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가 이 세 ETF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이 조합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미국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믿음과 실제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이해하고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 것입니다.
앞으로도 투자 원칙을 점검하고 수정할 일은 생길 것입니다. 지금의 방식을 무조건 옳다고 믿기보다 왜 이 방식을 선택했는지 이해하고, 필요할 때 다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나만의 기준입니다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를 읽고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특별한 투자 비법이 아닙니다. 시장의 분위기와 다른 사람의 성공에 휩쓸리지 않고, 제가 무엇을 위해 투자하는지 돌아보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빠르게 수익을 얻고 싶어 매매를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매매 횟수가 아니라 자신이 세운 원칙을 꾸준히 지킬 수 있는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1940년에 출간된 오래된 책이 지금도 의미 있는 이유는 금융상품과 시장 환경이 달라져도 사람의 욕심과 두려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가려는 심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은 금융업계의 화려한 모습 뒤에 있는 현실을 풍자하면서 투자자가 스스로 생각해야 할 이유를 보여 줍니다.
제게 투자는 이제 끊임없이 매매하며 시장을 이기려는 일이 아닙니다.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이해할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하며, 그 원칙을 꾸준히 지켜 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남들보다 더 자주 움직이는 것보다 자신이 세운 원칙을 오래 지켜 가는 것. 지금 제가 생각하는 투자의 중요한 변화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독서 감상과 투자 경험을 기록한 에세이이며,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를 권유하거나 투자 수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