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리뷰: 부모의 불안이 아이를 통제하게 만드는 이유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

육아를 하다 보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오히려 아이를 통제하려 할 때가 있다. 오은영의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는 부모의 불안이 육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두 딸을 키우는 아빠인 나 역시 아이를 걱정한다는 이유로 화를 내거나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려 했던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같은 방식이 모든 아이에게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부모인 나 자신의 불안을 돌아보기 위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두 딸을 키우며 부모의 불안과 통제적인 육아 방식을 돌아보는 아빠

둘째 아이 덕분에 깨달은 통제의 한계

우리 집 첫째 아이는 부모가 화를 내거나 겁을 주면 비교적 고분고분 말을 듣는 편이었다. 당시에는 아이가 말을 잘 들으니 그런 방식도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적어도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만 보면 부모의 뜻대로 상황이 정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둘째는 달랐다. 화를 내거나 겁을 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났고, 한번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그 마음을 꺾기가 쉽지 않았다. 첫째에게 통했던 방식이 둘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둘째의 고집을 꺾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바꿔야 할 것은 아이의 고집만이 아니라 아이를 대하는 나의 방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통제하기 위해 화를 내고 겁을 준다고 해서 아이의 마음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겉으로 말을 듣게 만드는 것과 아이가 스스로 이해하고 행동하도록 돕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이 경험은 내가 육아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그리고 부모의 불안과 양육 태도를 다룬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를 읽으면서, 아이의 행동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부모인 나 자신도 살펴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를 위한 걱정일까, 나 자신의 불안일까?

부모는 아이가 잘 자라기를 바란다. 위험한 상황을 피하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앞으로의 삶도 잘 살아가기를 기대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부모의 예상에서 벗어나면 걱정이 앞서고, 어떻게든 바로잡으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불안의 원인을 아이에게서만 찾지 말라는 것이었다. 아이를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행동도 실제로는 부모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 역시 두 딸을 키우면서 이런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가 내 뜻대로 행동하지 않을 때 유독 예민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행동을 알려 주려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 아이를 통제하려는 것일까?

돌이켜 보면 내가 아이에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순간 중 상당수는 상황이 내 통제를 벗어났을 때인 것 같다. 아내 역시 아이들을 키우며 여러 가지 걱정을 한다. 우리 부부의 걱정이 모두 같은 이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겠지만, 각자의 불안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

아이를 사랑하고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그 마음이 지나친 통제로 이어지고 있다면, 아이의 행동을 고치기에 앞서 부모의 감정부터 돌아봐야 한다.

불안을 없애려 하기보다 인정하기

책에서 기억에 남았던 내용 중 하나는 자신의 불안을 숨기거나 외면하지 말고, 먼저 인정하고 바라보라는 것이었다.

불안이 생겼을 때 무조건 없애려고 하거나 그 감정에 따라 즉시 행동하기보다, 내가 무엇 때문에 불안한지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불안이 밀려오는 순간에는 잠시 기다리며 감정이 잦아들기를 바라보고, 이후 상황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 내용은 육아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거나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했을 때, 부모는 곧바로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으려 할 수 있다. 하지만 잠시 멈춰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아이의 행동 자체보다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더 불편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부모의 불안을 인정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규칙과 제한도 있고, 부모가 개입해야 하는 상황도 있다. 중요한 것은 불안한 마음만으로 아이의 행동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아야 그 걱정이 실제 상황에 비례하는지, 아이에게 필요한 대응이 무엇인지 구분할 수 있다. 불안을 무조건 억누르기보다 먼저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한 이유다.

책을 읽는다고 바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책에서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자신의 문제를 깨달았다고 해서 사람이 곧바로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저자는 진료실을 찾아온 부모들도 실제로 변화하기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고 설명한다.

이 대목을 읽으며 육아 지식을 아는 것과 실제 행동을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아이에게 화를 내기보다 차분하게 대해야겠다고 다짐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아이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익숙한 방식으로 반응할 수도 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만으로 오랫동안 형성된 습관까지 바뀌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었다고 당장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변화가 어렵다는 이유로 포기할 수도 없다.

우선 나와 아내가 어떤 상황에서 불안해지는지 알아차리는 것부터 시작하려 한다. 아이가 내 뜻대로 행동하지 않을 때 곧바로 화를 내기보다 잠시 멈추고, 내가 왜 그렇게 반응하는지 돌아보는 연습도 필요하다.

매번 잘할 수는 없겠지만,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한 번씩 늘려 가는 것이 현실적인 변화의 시작일 것이다.

아이를 바꾸기 전에 부모부터 돌아보기

『불안한 엄마 무관심한 아빠』를 읽고 내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아이를 이해하려면 부모 자신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에게 통하는 것처럼 보였던 방식이 둘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 경험은 아이마다 다르다는 사실뿐 아니라, 부모가 익숙하게 사용해 온 양육 방식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알려 주었다. 화를 내거나 겁을 주어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 언제나 올바른 해결책은 아니었다.

앞으로도 두 딸을 키우면서 걱정이 생길 것이고, 때로는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위한다는 이유만으로 내 행동을 정당화하지는 않으려 한다. 내가 불안한 이유를 먼저 알아차리고, 아이에게 실제로 필요한 대응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싶다.

이 책은 아이를 키우기 시작한 부부나 앞으로 부모가 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육아 방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불안과 양육 태도를 돌아보는 일 역시 부모가 준비해야 할 과정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면 아이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기 전에 나 자신에게 먼저 질문해 보자.

나는 지금 아이를 위한 행동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아이를 통제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기억하면서 두 딸을 대하는 태도를 조금씩 바꿔 가는 것. 이 책을 읽은 뒤 내가 실천하고 싶은 변화다.